뚄뚀의 세상

뚄뚀가 하는 것을 모아 전하는 곳

쓰다/마음을 쓰다 6

오랜만입니다.

매우 오랜만입니다 한동안 새로운 취미에 빠져 이곳에 상당시간 소홀했습니다 잘 지내셨나요 나의 과거들이여 빠져있던 취미도 시들 마음도 약간 공허한 게 다시 키보드를 두들겨볼까 해서요 생각을 짜내고 써내리다 보면 비워지지 않을까요 어쩜 나는 우울할 때 비로소 써지나 봅니다. 뜨개도 잠시 했었는데요 하면서도 생각들이 잡다하게 나더이다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요 뉴스나 정보는 아니더라도 제 생각만요 제 마음이라도 비우러 올게요

마음을 쓰다 : 생겨나다

드라마를 보면 아빠와 다정히 있는 부녀 혹은 부자의 모습을 보고 부러워함과 동시에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는 주인공이 가끔 등장한다. 나에겐 처음부터 부(父)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알고 컸고 성인이 되어서야 '부'의 죽음으로 인한 빚의 상속을 독촉받는 서류로 '부'의 존재를 알았다. 이러해서 나는 그 주인공의 마음을 일절 공감하지 못했으며 어떠한 감정조차 생기지 않았다. 애초에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감정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사전적 또 다른 부(富)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수저론 자체를 모르고 컸다. 어릴 적 나를 비롯한 어린 나의 지인들 모두가 가멸게 태어나지 않았으며 청소년기에도 '부'로 인한 등급에 차이를 경험하지 못했다. 어쩌면 차이로 인한 차별을 스스로 무시하고 살아온 건지도 모르..

마음을 쓰다 : 변한 마음

그가 쳐주던 피아노 소리가 좋았다 불 꺼진 내 방에서 그와 나누던 통화가 즐거웠고 가로등 불빛 아래 그는 이뻤다 흔들의자 위에 함께 앉아있던 순간이 따뜻했다 그와 나는 변했고 다퉜다 다투다 영영 멀어졌다 좋았던 마음이 변했다 나눴던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날 괴롭혔다 한참을 울었고 한참을 그리워했다 그때의 나와 너는 없다.

마음을 쓰다 : 다시 일어나는 법

저 날은 방전되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이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겨워 몸서리쳐지는 날, 흐트러진 침대 위에서 꼼짝도 하기 싫은 날, 의미 없이 시간만 태우는 날. 꾀죄죄한 차림을 하고 부스스 일어나 문득 거울을 봤는데 이렇게 한심할 수가 있나 싶다 작고 쓴웃음이 나왔다 정신을 차리려 차디찬 냉수를 들이켜도 소용이 없었다 찬바닥 구석에 묵직한 몸을 뉘이고 눈을 감았다 떠오르는 것들은 모두 과거에 있었다 기억의 감정 조각조각들이 구분 없이 마구 섞여서 밀려왔다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도 반짝이는 순간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나 자신을 위로했다 불현듯 이 순간을 메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난 눈을 뜨고 일어나 기지개를 켠 뒤 다시 펜을 잡았다.

마음을 쓰다 : 새삼 생각 나는 것

/이 글은 뭘 놓쳤을 때 썼던 글일까 나의 일기장 노트 끝에 자그마하게 적혀있는 이 글귀가 안쓰럽기 짝이없다 후회의 글은 지나고 나서 다시 봐도 아프다. 오늘, 어디선가 쓰는 걸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들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다 나는 왜 그때 멈췄을까 재능이 없어서 그랬을까 배움이 없어서 그랬을까 엄청난 미련들이 몰려왔다 문득 생각했고 문득 후회했다 후회하는 것을 멈추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먼 훗날 그날의 내가 새삼 후회하지 않도록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