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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쓰다 : 생겨나다

뚄뚀니 2020. 10. 7. 02:00

 

드라마를 보면 아빠와 다정히 있는 부녀 혹은 부자의 모습을 보고 부러워함과 동시에 슬픈 표정을 지어 보이는 주인공이 가끔 등장한다. 나에겐 처음부터 부(父)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알고 컸고 성인이 되어서야 '부'의 죽음으로 인한 빚의 상속을 독촉받는 서류로 '부'의 존재를 알았다. 이러해서 나는 그 주인공의 마음을 일절 공감하지 못했으며 어떠한 감정조차 생기지 않았다. 애초에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감정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사전적 또 다른 부(富)의 존재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수저론 자체를 모르고 컸다. 어릴 적 나를 비롯한 어린 나의 지인들 모두가 가멸게 태어나지 않았으며 청소년기에도 '부'로 인한 등급에 차이를 경험하지 못했다. 어쩌면 차이로 인한 차별을 스스로 무시하고 살아온 건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모든 '부'가 나에겐 이질적이다. 가져본 적이 없으니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길 틈이 없었다. 예컨대 누군가 나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과거에 어떤 순간을 바꾸고 싶으냐 물었을 때 나는 그저 좀 더 빨리 성형을 할 것이다 라며 우스갯소리를 해대었다. 외모가 나의 부라고 여겼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들은 상대는 말했다. 그럴 거면 부잣집 딸내미로 태어나겠다고 하지그래. 물음표가 떴다. 태어나 한 번도 떠 올려 본 적이 없는 예시였다. 오 그럴 것을.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서른이 좀 넘은 지금, 부부(夫婦)가 되어서야 '부'의 가치를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훗날의 자녀에게 내가 놓친 '부'를 쥐어주겠다고. 그렇게 욕심이 생겨났다.

 

 

찍을줄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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