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불면증 환자다. 20대 초반 무언갈 빼앗기고 난 이후 시작된 불면으로 참다 참다 수면제를 처방받았고 난 10년 가까이 수면제와 공생했다. 그러던 중 올해부터 6개월 이상 장기처방이 안되어 난 자연스럽게 단약을 결심했다. 아직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불안증상은 날로 심해졌다. 꼭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야 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거처럼 말이다. 맞다 약을 끊는 건 마치 연인과 헤어지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잠이 안 오는 건 당연한 것이고 심장이 터질 듯 뛰다 고요하다 숨이 가쁘다 몽롱하다 안개가 낀 거처럼 뿌옇게 된다. 한 2주 정도 그랬던 거 같다. 제발 다시 약을 먹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차라리 기절해 쓰러지고 싶어서 자해도 했다. 죽고 싶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