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불면증 환자다. 20대 초반 무언갈 빼앗기고 난 이후 시작된 불면으로 참다 참다 수면제를 처방받았고
난 10년 가까이 수면제와 공생했다.
그러던 중 올해부터 6개월 이상 장기처방이 안되어 난 자연스럽게 단약을 결심했다.
아직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불안증상은 날로 심해졌다.
꼭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져야 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거처럼 말이다.
맞다 약을 끊는 건 마치 연인과 헤어지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잠이 안 오는 건 당연한 것이고 심장이 터질 듯 뛰다 고요하다 숨이 가쁘다 몽롱하다 안개가 낀 거처럼 뿌옇게 된다.
한 2주 정도 그랬던 거 같다. 제발 다시 약을 먹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차라리 기절해 쓰러지고 싶어서 자해도 했다. 죽고 싶다고 착각한 날도 있었다.
한 달 정도 지나 안정이 된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 난 잠에 집착하지 않는다.
이제껏 병적으로 꼭 자야 한다는 강박에 살아왔다.
당장 내일이 무서웠기에 오늘 이만큼은 자야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고 단정했기에.
강박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평온하게 해 주던 그 약을 사랑했다. 그것이 날 좀 먹는 줄 모르고.
애초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잃어버린 10년의 밤이 아쉽다.
더 이상의 미련은 싫어 제대로 된 이별을 하는 중이다.
잠이 안 오면 안 자면 그만이다. 세상은 볼 것 투성이다. 잠이 안 들면 눈이라도 쉬자. 나는 자는 법을 까먹었을 뿐이다. 난 신생아다. 다시 배우면 그만이다. 나에게 귀를 기울이자. 내 몸이 원하는걸 해주자.
나는 더 이상 잠을 갈구하지 않는다.
단 30분을 자더라도 이제야 진짜 잠을 잔다.
아직 완벽히 끊어냈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진짜를 찾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난 지금 인생 어느 때보다 깨어있다.
불면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이 글을 보고 있을 나와 같은 분들이 계신다면,
할 수 있다고 괜찮다고 별거 아니라고 어깨를 토닥여줄 수 있는 인도의 글을 쓰고 싶었다.
방법은 있다. 해보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늦지 않았다. 무서워하지 말라. 진짜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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